항생제 내성 -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항생제 이야기)

항생제란?
항생제(antibiotics)는 미생물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질로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명을 막는 것을 총칭합니다. 보통, 세균을 죽이거나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약을 말합니다.
항생제는 원래 진균(곰팡이)과 같은 미생물이 생존 경쟁의 관계에 있는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 만드는 물질로 자연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항생제들을 개발, 합성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 발견된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1940년대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세균에 의한 질병(감염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줄어 들었습니다. 항생제의 등장은 이후 인류의 삶을 바꾸어놓은 혁명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의 등장은 항생제 내성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항생제 내성은 인류의 건강에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항생제 토막 상식
‘Antibiotic’이라는 단어는 1942년 S. A. Waksman이 최초로 학술지에 기술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항균제(antibacterial agents)와 항미생물제제(antimicrobial agents)와 혼용되어 쓰이는데, 엄격히 말하면 두 단어는 항생제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합니다.
항균제는 인공적으로 합성 혹은 반합성한 약물을 일컬으며 세균(bacteria) 외에 작용하는 항진균제(antifungal agent), 항바이러스제(antiviral agent), 항원충제(antiprotozoal agent)는 포함하지 않아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자 할 때는 항미생물제제라는 표현이 권장된다고 합니다.


항생제의 역사
항생제는 오랜 기간 인류가 사용해왔습니다. 고대에서는 항생효과가 있는 물질을 자연으로부터 채취하여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주로 나무껍질에서, 토근(ipecacuanha)의 뿌리에서 또는 곰파이 등에서 얻은 추출물로 감염병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 항생제'는 민간요법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었습니다.
1910년경 P.Ehrlich는 유기 합성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salvarsan을 개발하였습니다. Salvarsan은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이 아닌 인공 합성 물질로 매독 치료에 사용되었는데, 이는 화학요법으로 질병을 치유하는 최초의 예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32년에는 J. Klarer와 F. Mietzsch에 의해 azo 계열의 prontosil이 합성되었으며, 1934년 독일의 약리학자인 G. Domagk에 의해 사슬알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 산욕열의 치료에 prontosil을 사용하면서 산욕열에 의한 사망률을 급격히 감소시켰습니다.
이때부터 항생 화학요법의 시대가 실제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Prontosil 성공 이후 다양한 sulfonamide계열 화합물들이 항생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1928년, Alexander Fleming은 세균을 배양하는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어떤 곰팡이가 생긴 배지에서 포도알균의 배양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그 곰팡이에 주목하고 포도알균의 배양을 억제하는 물질을 추출해 내는데 성공하였으며 이 물질을 penicillin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 Penicillin은 세계 2차대전 중 포도알균에 감염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penicillin을 무분별하게 사용함에 따라 점차 내성 균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1960년 즈음에는 내성율이 80% 달하여 사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2세대 항생제인 methicillin을 개발하였으나 이에도 곧 내성 균주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베타락탐(beta-lactam) 계열의 penicillin의 발견과 치료 성공에 힘입어 곰팡이나 미생물들에서 체계적으로 항생제를 발굴하기 시작하였는데, 결핵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밝혀진 aminoglycoside 계열 항생제인 streptomycin과 kanamycin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항생제들은 그람 양성균에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장점이 있지만 세균들은 곧 이에 대한 내성도 획득하였습니다.

뒤이어 다른 항생제들이 개발되었으며, 많은 감염질환들이 정복되어 갔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주로 자연의 다양한 곳에 얻은 미생물로부터 항균 물질을 추출해 내는 방법으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 신약을 개발하였으며 1980년 이후에는 이미 알려진 약제의 화학구조를 변화시켜 약리작용을 개선시키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신약이 개발되는 추세입니다.
항생제의 종류 및 특징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는 그 작용 기전과 항균범위에 따라 분류하고 있습니다. 작용하는 부위에 따라서 세포벽, 세포막, 리보좀, 핵산에 작용하는 항생제로 나눌 수 있고 항생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세균의 범위에 따라서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모노박탐, 카바페넴,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퀴놀론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되어 집니다.


세포벽 작용 항생제
세균은 인체 세포에 없는 구조인 세포벽에 둘러싸여 있는데, 일부 항생제는 이러한 세포벽 합성의 각 단계를 저해하여 세균을 파괴시켜 항균작용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향균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항생제는 베타락탐계 항생제(penicillin, cephalosporin, monobactam, carbapenem 등)와 glycopeptide가 해당됩니다.
1. 베타락탐계 : 화학구조상 베타락탐고리를 기본 구조로 하는 항생제를 말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모노박탐계, 카바페넴계 등이 여기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1. 페니실린계 : 처음 사용된 직후 그람양성균인 포도알균 감염증 치료에 아주 극적인 효과를 발휘하였으나, 사용량이 증가하여 내성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베타락탐 분해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억제하는 클라블란산(clavulanicacid), 설박탐(sulbactam) 및 타조박탐(tazobactam)등 베타락탐 분해효소 억제제는 항균력은 거의 없지만 베타락탐 분해효소에 의해 가수분해가 잘되는 박테락탐 항생제와 병합된 약제로 상품에 되어 사용되고 있다.
| 페니실린 G(penicilln G) | 아목시실린(amoxicillin) | 암피실린(ampicillin) | 피페라실린(piperacillin) |
|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amoxicillin/clavulanic acid) |
암피실린/설박탐 (ampicillin/sulbactam) |
피페라실린/타조박탐 (piperacillin/tazobactam) |
1-2. 세팔로스포린계 :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항균영역 및 특징에 따라 1세대부터 최근 5세대까지 구분합니다. 세대의 구분은 각 세대별 효과적인 항균영역의 차이가 있는 것이며, 세대가 높아진다고 해서 강력한 항생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1-3. 모노박탐계 : 베타락탐 고리 단독으로 구성된 약제로, 그람음성균에 대한 항균력이 매우 좋으며 베타락탐 항생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도 교차 과민반응을 갖지 않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1-4. 카바페넴 : 향균 영역이 넓은 항생제로 그람양성균 음성균에 모두 항균력이 좋은 항생제입니다.
2. Glycopeptide : 주로 그람양성균에만 작용하는 비교적 좁은 항균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vancomycin과 teicoplanin이 포함됩니다.
세포막 작용 항생제
세포막은 투과 장벽으로 선택적 능동수송을 수행함으로써 세포 내/외의 고분자 물질과 이온의 균형을 이루게 합니다. 일부 항생제는 능동수송에 관여하는 세균의 세포막의 기능을 변화시켜 세균을 사멸시키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polymyxin과 항진균제(amphotericin B, ketoconazole, fluconazole, itraconazole 등)가 해당됩니다. 이러한 항생제는 대량 투여시 인체 세포에도 독성을 일으키므로 사용시 주의를 요합니다.
단백 합성 억제 항생제
세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이 세포질 내에서 합성되어야 합니다. 단백질은 리보솜을 통해서 번역되는데, 세균과 인체 세포의 리보솜 구성이 달라 세균의 리보솜만을 억제함으로서 항균작용을 보이는 항생제들이 있습니다. Aminoglycosides, tetracyclines, macrolides, lincosamides, chloramphenicol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핵산 합성 억제 항생제
세균 증식에 필요한 과정인 DNA 복제와 전사, RNA 생성을 방해하여 항균작용을 보이는 항생제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항생제가 quinolone과 항결핵제로 사용되는 rifampicin가 이에 해당됩니다.
엽산 합성 억제 항생제
엽산은 핵산 합성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며, 인체 세포와 세균은 생존을 위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엽산을 얻습니다. 인체 세포는 엽산을 생합성할 수 없어 외부 음식으로 섭취함으로써 얻으나, 세균은 자체 생합성을 하여 얻습니다. 따라서 엽산 생합성 과정에 장애를 주어 항균작용을 보이는 항생제들이 있는데 바로 Sulfonamide와 trimethoprim이 이에 해당됩니다. 두 항생제는 서로 다른 합성 단계를 억제하여 병용사용 시 항균효과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은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어도 항생제에 저항하여 생존할 수 있는 약물 저항성을 의미합니다. 이는 항생제의 공격에 살아남기 위한 세균의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세균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기존 항생제로는 내성 세균의 감염 질환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일부 내성유전자는 수평적 전달이 가능하여 다른 균으로 이동하여 내성을 전파시키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항생제에 민감한 균들은 죽게 되고 내성을 보이는 일부 균들이 살아남아 선택적 압력에 의한 증식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항생제의 사용은 내성균을 초래할 수 밖에 없으므로 항생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적절한 요법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항생제는 그 방법과 기간대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나아진다고 약을 조기 중단한다거나 띄엄띄엄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내성 세균이 살아남고 증식하여 병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